세계 30개이상의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받으신 지독한 공부벌레라는
움베르토 에코가 전하는 논문 잘쓰는 방법을 읽었습니다.
소위 최전방 융합학문 논문을 쓰면서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심정이었는데
우연히 리서치하다가 발견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역시 기본이 있어야
융합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시원시원한 글입니다.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조언을 썼지만 가장 마음에 와다는 것은
결론 부분에 있는 '논문은 외로운 작업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포츠를 하듯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정해진 기간안에 놀이, 내기 , 보물찾기 하듯 추적하여 만족감을 얻으라고 합니다.
뭐 이 정도로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시작했을 어찌보면 진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고독함으로 오는 외로움으로 인해 인간의 판단 능력을 흐려 놓을 때 쯤
한번쯤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힘을 얻어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1977년에 움베르토 에코가 볼로냐, 밀라노 등의 이탈리아 대학과 여러 아르헨티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뉴욕대, 컬럼비아대, 예일대에서 지냈던 그의 40대에 쓴 것입니다. 참 머리도 좋은 사람이지만 그의 젋은 시절의 다양한 경험의 기회도 부럽네요. (그냥 부러운 것 보다는 관심있게 염두해 봐야할 인물로 분리했습니다.) 1980년대 이탈리아의 교육계혁(미국등과 비슷한 학사, 석사, 박사등의 제도의 고려) 이 있기 전에 쓰여진 내용이긴 하지만 지금 젊은 만학도(어린 천재들과 일선에서 돌아온 내공 업의 전문가들 사이에 껴 있는 그 중간의 오랜시간 공부만 한 30대를 의미) 들의 고민을 썼더군요.
공부를 하지만 공부만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환경에서 질 좋은 순수 논문은 과연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인가?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논문을 쓰는 과정이 차후에 연구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어떤 주제의 논문을 써야 우리(연구자, 교수, 사회)가 만족하는가? 과연 논문은 써야 하는가? 등등
엠베르토 에코가 있는 볼로냐 대학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학사도 졸업하는데 보통 10년이 걸리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집중을 잘하는 복 받은 사람들만 있는 곳 인 것 같습니다) 에코는 만약 학교와 공부에 더 이상 뜻이 없고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을 집중적으로 쓸 수 있는 좁은 범위의 주제을 잡아 빨리 졸업하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살자는 그의 시원시원한 의견은 신뢰가 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놀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차분히 최선을 다해 논문을 쓰자고 합니다. 논문은 과시용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정립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거지요. 주제가 나와 맞지 않아서 교수와 대화가 안되서 등등의 교수탓도 할 것 없고 나의 가치, 논문 주제의 가치를 사회가 몰라주는 것 같다며 사회 탓도 할 것 없이 나를 위해 써야지만 끝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1977년에 쓰여진 내용입니다. )
이외에 도서관 이용법등의 자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의 실질적인 방법들이 적혀있습니다. 손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정보 홍수 속에서 근본을 생각하게 하는 아날로그적인 방법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