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북스 1월 도서로 일본 인지과학의 역사인 사에키 유타카의 '인지과학혁명'이 선정되었더군요. 아쉽게 사정상 이정모 성균관대 인지심리명예교수님의 강의는 듣지 못했지만 책은 읽었습니다.

원서는 1987년도에 초판이 나왔더군요. 사실 전체적으로는 일본 인지과학의 역사에 대한 언급과 자신의 연구 방법론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UX 디자인 시리즈로 나온 것 같은데 구체적인 사례의 프로젝트 전문서라기 보다는 좀 더 순수 학문 연구 방법론에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1939년 생 노장 교수의 연구하는 법, 공부하는 법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1장 재미있는 연구를 위해

P47
재미있는 연구란

1>연구 주제의세로추, 가로축, 사선축을 명확하게 이해해 어떤 관점에 서서 봐도 논점의 핵심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과정.....

... 그러다면 재미있는 연구란 독창성이 뛰어난 연구를 뜻할까? 물론 독창성이 없는 연구는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평가와 '독창적이다'란 평가가 동일한 것 같지 않다. 보통 사람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방법을 시도해서 좋은 성과를 올린 독창적 연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재미있는 연구다. 그런데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연구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는 어떠한가. 이런 연구는 실험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다른 연구자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아차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연구 역시 재미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이런 연구는 전자와는 다른 의미에서 독창성이 높다. 한편, 연구자에게는 단순한 아이디어며, 아주 약간만 생각의 방향성을 틀었을 뿐인데 불구하고 , 다른 연구자가 "이거다"라고 무릎을 치는 경우가 있다. 연구자 자신이 독창성을 발휘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 다른 연구자에게는 오싹해질 만큼 재미있는 연구 인 셈이다. ...

P52
연구의 세로축과 가로축

...연구의 세로축이란, 각 연구 테마가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관점이다. 과거에 어떤 연구자가 어떤 주장을 했으며, 그 주장이 어떤 반론을 만났는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했는가 등 역사적 과정에서 일관되는 문제의식과 주장의 흐름을 뜻한다. 세로축을 바르게 파악한 연구는 견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 그러나 세로축만으로는 "성실하게 연구를 수행했다" 라는 평가를 받기 어렸다. 재미가 없는 것이다.
... 연구의 가로축이란, 연구 주제나 연구 분야는 달라도 유사한 사고방식에 근거하거나 논리 모델이 비슷한 이론과 연계해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신기하게도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사고 방식이 등장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고 방식이 제기된 경우가 많다. ....
.... 인지과학 분야에서 예를 들자면 가로축의 관점에서 촉발된 흥미로운 연구가 무수히 많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문제해결 방식을 연구하는 심리학, 언어학과 발달 심리학, 확률론이나 통게학과 지각, 판단 심리학 , 생태학과 학습심리학, 신경생리학과 언어 심리학등..... 서로 다른 영역의 연구를 시도는 쉽지 않은 연구법이다. ........서로 다른 영역의 연구를 연결하려면, 우선 두 분야의 서로 다른 개념을 함께 논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나 패러다임을 찾아 내고,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용어로 정의하고,  그 속에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과제의 범위와 의의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어느날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된는 것이 아니다. 몇 년이고 꾸준하게 준비해서 충분히 사고가 성숙된 단계에 다다른 뒤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

P55
연구의 사선축
연구의 사선축이란, 사고방식이 제기된 시대적 배경에 따라 제기된 '비판'의 흐름을 이해하는 관점이다. 모든 연구는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다. 즉 싸움의 상대가 있다. 모든 연구는 " .... 가 아니라, .... 이다" 라는 점을 새로이 주장하려 한다. 따라서 어떤 연구에 있어서도 반론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P58
2> 연구 동기 부여

연구자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연구다. 당연한 애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논문을 읽다 보면 "연구자 스스로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연구를 수행했는가?" 라고 묻고 싶어지는 경우도 꽤 많다...
... 퍼내고 퍼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호기심을 갖는 것.......

이를 위해

P63
3> 메타이론의 의식화와 재구성

메타이론이란,  기존 연구 결과를 앞으로 간으한 연구와 연결시켜 주는 차원, 즉 더 보편적 차원에서의 가설이나 이론을 뜻한다. 즉 ,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하나의 관점이나 일관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P79
연구는 드라마와 같다. 불가사의한 동기로부터 의문을 갖고 의문이 점점 커져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주제로 발전하는 데서 바야흐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승부해야 하는 순간도 있고, 좌절하기도 하고, 어떤 떄는 갑자기 새로운 세게가 열리기도 한다. 연구는 실망과 희망과 긴장의 연속이다. .....


고리타분하다 느낄 수 있지만
빨리 빨리  시대에 다양한 복합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바르게 하는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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